Wednesday, November 30, 2011

Saturday, November 26, 2011

푸치니에 관한 영화, "Puccini e la fanciulla"

푸치니에 관한 영화, "Puccini e la fanciulla"(푸치니와 아가씨). 2009년도 작품이고 베니스 영화제에서 상영되었다. 아마존에 혹시 DVD가 있나해서 찾아보니 안 보인다. 링컨센터 도서관에 제발 있어야되는데...리뷰를 읽어보니 영화가 대사는 거의 없고 편지와 메모로 소통하는 것이 대부분이며, 대신 음악이 끊임없이 나온다고 한다. 푸치니의 마지막 오페라인 "서부의 아가씨"(La fanciulla del West-작년 12월에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Deborah Voigt주연으로 봤었다. 이 작품은 1910년 메트에서 초연되었고 당시 푸치니가 배타고 뉴욕까지 와서 초연을 관람했었다)의 창작 과정을 둘러싼 에피소드에 어느정도 기반하고 있는 듯. 


*Official Trailer of "Puccini e la fanciulla". 2:18에선 오페라 "서부의 아가씨"에 나오는 주제 선율이 들린다. 이 선율이 오페라에선 연인의 딕 존스의 목숨을 구하려는 미니와, 딕 존스를 잡으려 혈안이 되어있는 보안관인 랜스 사이의 긴장감과 스릴 넘치는 포커 게임 장면에서 나온다. 아래의 클립은 바로 그 포커게임 장면인데 보이트가 메트에서 공연한 것을 녹화한 것이다. 여태까지 봤던 보이트 라이브 공연 중 최고였다. 
(Youtube Cr: operalover9001)


푸치니의 중기에서 후기작품으로 갈수록 화성의 사용이 대담해지고, 불협화를 다루는 방식도 바그너에 버금갈만큼 급진적이 된다. 물론 바그너에 비해서 표면적으론 덜 반음계적이긴 하지만 이전 세대인 베르디나 동시대인 칠레아, 죠르다노같은 다른 베리즈모 작곡가들에 비해서도 푸치니는 훨씬 실험적이다. 해결되지 않는 불협화음, 증화음, 병행 화성, tritone, 온음계 스케일 등등 당대 바그너와 드뷔시로 대표되는 혁신적 어법들이 푸치니에서도 그대로 보인다. "서부의 아가씨"는 후기 작품이기에 특히 그런 면모가 많이 드러난다. 나의 보스이신 T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길 "서부의 아가씨"의 경우 "음악" 그 자체라기 보다는 "음악적 방향"이 바그너쪽으로 가고 있는 걸 보여준다고 그러셨다. 그래서  더 흥미진진하고 분석할 거리가 많이지는 것일 수도. 

Friday, November 25, 2011

영화 "A Dangerous Method"-사운드트랙으로서의 바그너 음악

올해 9월 베니스 영화제에서 상영된 "A Dangerous Method"를 보고왔다. 정신분석학의 대가인 프로이트와 융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다. 그러나 영화를 보는 내내 나를 사로잡은 것은 바로 생각지도 못했던 바그너의 음악. 읽어본 어떠한 프리뷰나 리뷰에서도 바그너의 "반지"를 모티브로 한 음악들이 쓰였다는 것을 언급하지 않았기에 바그너 음악이 쓰였으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A Dangerous Method"의 공식 트레일러. 처음 나오는 음악은 "라인의 황금" 중 니벨하임의 대장간 음악을 변용한 것이다. 

때로는 원래 선율 형태로, 때로는 변화된 리듬과 화성의 모습으로 끊임없이 나오던 "반지" 라인들-"라인의 황금"에 나오는 서곡, 니벨하임의 대장간 음악, 발할라 주제, "발퀴레"에 나오는 지그문트와 지글린데 선율들(이 둘은 생각만 해도 너무나도 가슴아픈 커플이다), 발퀴레 주제, 불의 신인 로게의 화음, "지그프리트"에 나오는 지그프리트 목가 선율 등... 이 "반지" 음악 때문에 계속해서 메트에서 했던 "발퀴레"와 "지그프리트"가 떠올랐고, 특히 "발퀴레"에서 지그문트와 지글린데 역할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주었던 두 성악가(Jonas Kaufmann&Eva-Maria Westbroek)까지 계속 생각났다. 어떨때는 대사보단 음악에 귀기울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기도. 더불어 "반지"를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 분석한 로버트 도닝턴의 책 "Wagner's Ring and Its Symbols"도 기억났다.

전반적으로 봐서, 이 영화에 반지의 선율들을 사운드트랙으로 쓴 것은 너무나도 기가막히게 적절한 선택이다. 반지에 나오는 각 선율들이 상징하는 바와 그 선율들이 나오는 드라마적 컨텍스트가 영화의 내러티브와 절묘하게 들어맞았다. (영화에 대한 자세한 분석 및 음악의 사용에 대해선 다음에 따로 포스팅을 할 예정이다.)

영국식 액센트가 들어간 영어에다 뜻하지 않게 만난 바그너 음악에 정신이 팔린 나머지, 대사를 세세하게 다 이해하진 못했다. 바그너의 음악이 영화의 사운드트랙으로 쓰였지만 나에게는 오히려 "반지"의 내러티브를 따라간 듯한 인상을 주었던 영화. 특히 지난 5월말부터 완전히 빠져 있었던 "발퀴레" 속 지그문트와 지글린데 선율이 끊임없이 나오기 때문에 영화에 몰입하는 것이 참 힘들었다. 사운드트랙 때문에 이렇게 영화보는게 힘들었던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다 디테일한 리뷰를 위해서 한번 더 보거나 아님 아마존에 떠있는 책을 사서 보거나, DVD를 봐야할 듯.

A Dangerous Method (Movie Tie-in Edition): The Story of Jung, Freud, and Sabina Spielrein by John Kerr: Book Cover
*"A Dangerous Method"의 책 버젼 표지-왼쪽이 융(Carl Jung), 중간이 자비나 슈필라인(Sabina Spielrein), 오른쪽이 프로이트(Sigmund Freud)


*반지의 특정 주제가 들릴때면 항상 떠오르는 연상들 

1. 니벨하임의 대장간 음악-스토니브룩에서 마지막 학기에 썼던 페이퍼인 “Transformational Music in the Ring Cycle”과 바그너 좋아하는 예전 지도 교수 

2. 발할라 주제- eine herrliche Des-Dur Musik. 당당하고 위엄있는, 신들의 대장으로서의 보탄의 음악 

3. 지그문트와 지글린데-메트 오페라에서 두 역을 연기했던 요나스 카우프만와 에바-마리아 베스트브룩. 오페라 나오는 캐릭터들 통틀어 가장 맘 아픈 커플…눈물없이 볼 수 없음. 

4. 발퀴레 주제-Weitzmann과 증3화음 (“Der übermässige Dreiklang”: 이론사 시간에 요약 숙제로 했던 논문),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발퀴레” 프로덕션 중 3막 오프닝 장면, 데보라 보이트(Deborah Voigt) 

5. 로게 주제-Neo-Riemannian LPR cycle, 변형이론에 기반한 David Lewin의 분석, 발퀴레 엔딩 장면에서 항상 보이는 불이 번지는 모습 

6. 지그프리트 목가-2007년도에 방문했던 스위스 루체른 근교의 Tribschen에 있는 바그너 생가. 이곳에서 바그너는 아내인 코지마의 생일 선물로 이 곡을 작곡하였고 이후 "반지" 중 지그프리트의 주제로 사용하였다.

Thursday, November 24, 2011

푸치니 "라보엠"-메트로폴리탄 오페라

11월 18일날 푸치니의 라보엠을 보고왔다. "나비부인" 및 "토스카"와 더불어 푸치니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다. 헌데 이상하게도 그다지 흥미는 안가는 작품인데...라이브로 봐도 역시나 그렇다. 푸치니의 초기 작품이라 그런지 음악도 왠지 밋밋하게 들리고 드라마틱한 사건도 막판에 여자 주인공이 폐병걸려 죽는다는 점 말고는 없고, 다른 베리즈모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강렬한 감정적 묘사도 없이 그냥저냥 잔잔하고 정적으로 흘러가다 끝나는 그런 느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오페라를 보러 간 이유는 지난 학기에 라이브로 봤던 구노의 "로미오와 줄리엣"(이날 플라시도 도밍고 지휘)에서 주역이었던 홍혜경씨를 처음 보고 감동받은 나머지 이번 시즌에도 홍혜경씨 공연이 있으면은 꼭 가리라 마음 먹었었기 때문. 전반적으로 성악가들은 정말 잘해주었고 고전적이면서도 정교한 메트의 무대 디자인(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의 감독인 프랑코 제피렐리 작품)은 보는 내내 황홀하였다. 특히 2막의 커텐이 열리면서 너무나도 정성스럽게 치장된 카페 모무스가 드러나는 순간 관객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독일에선 경험하지 못한 일이다. 미국인들(구체적으로 뉴요커들)은 무대가 기대이상으로 스펙터클하거나 화려한 비쥬얼로 압도할 경우 그 무대가 보이는 순간 박수를 보낸다. 바그너의 "발퀴레" 3막이 시작되었을 때도 그랬었다.


*2막의 무대인 까페 모무스에서 등장하는 무제타. 보통 "무제타의 왈츠"로 알려져 있는 "Quando men vo"를 부르면서, 자기가 얼마나 아름답고 매력적인지 보는 사람마다 다 넋을 잃고 쳐다보며 정신을 못차린다고 한다. 그런 무제타의 말에 속이 부글부글 끓는 연인 마르첼로. 2008년도 공연을 녹화한 동영상이지만, 18일날 본 공연과 같은 프로덕션 이다. 무제타의 저 빨간색 의상과 까페 모무스를 감싸던 화려한 오렌지 빛 조명은 1막과 4막의 창백하고 정적인 분위기와 대비되었다.(Youtube Cr: Onegin65).


홍혜경씨는 목소리는 정말 곱고 맑다. 음색은 청아하고 표현은 순수하고 프레이징은 유려하다. 사랑에 빠졌다 폐렴으로 죽어가는 미미역에 딱이다. 안나 네트렙코의 목소리가 조금만 더 가볍고 밝은 음색이었다면 아마 홍혜경씨 목소리와 비슷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50이 넘은 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정도로 마치 20대 소녀의 목소리와 같은 울림을 낸다. 

*"라보엠" 중 "내 이름은 미미"(Mi chiamano Mimi). 방에 촛불이 꺼지는 바람에 옆집에 불 빌리러 간 미미는 로돌포와 처음 만나게 되어 사랑에 빠지는데, 바로 이 노래가 미미가 자신을 소개하며 통성명 하는 장면이다. 유툽에서 메트 오페라 클립들을 찾아보니 이번 시즌에 홍혜경씨가 미미를 연주한 라이브 동영상은 안 보이고 대신 한국에서 공연을 녹화한 듯한 클립을 찾았다. 모든 연주자들이 다 그렇겠지만 홍혜경씨 목소리를 실제로 들었을 때가 훨씬 좋은 듯. 정말 깨끗하고 맑아서 마치 호수를 들여다 보는 느낌이다. (Youtube Cr: Seungtaik)


뉴욕타임즈에 리뷰가 올라오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마침 20일날 포스팅되었다. 홍혜경씨에 대한 평이 아주 좋다. 역시나... 알고보니 메트에서 50번이 넘게 미미를 공연한 베테랑이었다. 아래는 뉴욕타임즈 기사 링크.

http://www.nytimes.com/2011/11/21/arts/music/la-boheme-at-the-met-life-in-zeffirelli-style-review.html?_r=1&ref=music

뉴욕타임즈 기사 중 홍혜경씨에 대한 부분과 그 번역이다. 이날 내가 들었던 것과 거의 일치하는 평이다. 절제된 제스쳐와 맑은 목소리로 인해 청순하고도 소녀같은 미미 캐릭터가 창조되었다.

"Hei-Kyung Hong stole the show as Mimi, a role she has sung more than 50 times at the house since 1987: a reliable mainstay amid the starrier names that have come and gone. Almost a quarter-century after her first Met Mimi, Ms. Hong sounded fresh and radiant on Friday, her singing distinguished by beautiful phrasing and refined pianissimos. She was believably girlish as the sickly seamstress, offering an affecting interpretation that avoided consumptive clichés like excessive coughing and other stock gestures."

"홍혜경은 1987년 이래 메트에서 50번이상 노래한 역할인 미미를 맡아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여태 메트를 거쳐간 더 유명한 스타들 사이에서도 우리가 신뢰할 수 있는 가수이다. 메트에서 미미를 처음 부른지 거의 4반세기가 지났어도 홍혜경은 여전히 신선하고 빛나는 소리를 이날 들려주었다. 그녀의 노래는 아름다운 프레이징과 정제된 피아니시모로 빛났다. 병약한 재봉사(극중 미미의 직업)를 맡은 그녀는 정말 소녀같았다. 폐결핵 환자임을 보여주는 클리셰인 지나친 기침이나 여타의 상투적 제스쳐는 배제한 채, 깊은 연민과 감동을 불러오는 해석을 보여주었다."

이날 공연이 끝나고 누군가가 무대를 향해 던진 꽃다발 두개를 안고서 환하게 웃으며 인사하던 디바, 홍혜경씨를 다음 시즌에서도 볼 수 있길 바란다. 

Friday, November 18, 2011

새로나온 책-"희랍어 시간"

인터넷에서 신간 코너를 검색하다 발견한 책, "희랍어 시간"이 무지 궁금해졌다. 우선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왠 그리스어? 어학책인가 하다가 장르가 소설임을 알고나서는 도대체 무슨 내용이길래 학술적 목적 이외 실생활의 소통 도구로서는 기능은 그다지 크지않은 그리스어를 주제로 하는것인지 궁금해졌다. 그리스어가 영어나 불어처럼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언어도 아니고, 그렇다고 일본어나 중국어처럼 비즈니스 관련해서 각광받는 언어도 아닌데..그리스인이 아니면서 그리스어 배우는 사람들은 대부분 고전학(Classical Studies), 고대철학, 신화, 역사, 미술 전공자인데 한국 작가가 특이하게 그리스어 수업을 소재로 해서 소설을 쓰다니 혹시 작가가 독일에서 그리스 비극같은 고대문학 전공하고 왔나하는 생각이 들어 이력을 읽어봤더니 그건 아닌거 같았다.

두번째로, 책 표지가 직관적으로 눈에 들어왔다. 19세기 영국의 풍경화가 터너(Turner)의 그림을 연상시킨다. 분명한 경계선이 흐려진 채 희미하게 보이는 대상의 형태, 습기를 머금은 대기를 나타나는 뿌연 수증기, 채도가 낮은 색상이 지배하는 책 표면은 터너의 "폭풍"(Snow Storm)과 흡사 비슷해 보였다. 터너의 그림은 사물의 형태가 해체되고 뭉게져서 결국은 구상에서 추상으로 나아가게 되는 전환기적 면모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형태가 희미하게 어렴풋이 감지되는 상태이되 아직까지 완전히 구상의 차원을 벗어난 것은 아닌 그런 중간적인 위치이다. 아직 읽어보진 않았지만 "희랍어 시간" 속 주인공들의 중간자적, 전환기적 정체성과 혹시 관련이 있지 않을지? 아니면  뭔가 다이나믹한 일이 곧 벌어질 것 같긴한데 아직까진 흐릿하게 보일 뿐 그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포착되진 않은 상태이기에 기대감과 긴장감, 호기심을 유발하려는 심리적 효과를 내는 것으로 읽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왼쪽은 윌리엄 터너(Turner)의 "Snows Storm–Steam Boat off a Harbor’s Mouth Making Signals in Shallow Water"이고 오른쪽은 소설 "희랍어 시간"의 겉표지. 두 이미지가 묘하게 닮은 것으로 느껴진다.

세번째로, 그리스어 관련된 몇가지 에피소드들이 기억났다. 가장 최근의 일로는 지난 여름 나의 보스이신 T선생님께서 그리스어 사전에서 "methesis"(참여, participation)라는 단어에 대해 찾아오라는 과제를 내리셨다. 그리스어는 영어알파벳이랑 다른 철자를 쓰기땜에 당시 위키페디아를 검색해 그리스어 철자와 영어철자가 어떻게 매치되는지를 봐가면서 난생 첨으로 그리스어 사전에서 단어 찾았던 기억이 난다.


*보스 선생님의 부탁으로 처음 찾아본 그리스어 사전에서 복사했던 일부분. 화살표가 가르치는 단어가 영어식 철자로는 "methesis"라 표기된다. 

네번째로, 그리스어와 직접 관련은 없지만 그리스어와 더불어 학술적인 의미가 더 강한 라틴어가 생각났다. 예전에 학부때 기초 라틴어 한 학기 배웠었는데 고대언어라 그런지 영어나 독일어에 비해 확실히 격변화도 많고 복잡했던 기억이 난다. 허나 라틴어 배우고 나니 영어나 독어 단어력을 늘리는데도 도움이 많이 되고, 유럽의 대학 도서관이나 오페라 하우스 외관에 쓰여진 라틴어도 조금씩 이해가 되었던 것 같다. 당시 수업을 맡으셨던 강ㅅㅈ 선생님도 참 좋았었는데 지금은 모교 철학과 교수로서 고대, 중세 철학을 가르치고 계신 듯.

뜻하지 않게 본 책 한권의 제목과 표지가 여러가지 단상과 기억의 조각들을 불러온다.

Monday, November 14, 2011

이우환-예술이란...

"아까 거리를 걷는데, 은행나무 잎 하나가 하늘하늘 내려오더니 내 앞에 뚝 떨어졌어요. 아직도 그 은행잎이 그린 포물선이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요. 드문 일이죠. 예술이란 그런 거예요. 늘 있는 일을 일부러 눈에 띄도록, 스쳐 지나갈 수 없도록 만드는 거."

오늘 조선일보에 실린 이우환 화백의 인터뷰 중 제일 마지막 말이 너무나도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예술이란 일상적인 것을 비일상적이고 특별한 것으로 보이게끔 하는 묘한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라는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알고보면 3화음의 단순한 연장일 뿐이며, 알고보면 간단한 I-IV-V-I의 화성 진행틀에서 벗어나지 않으며, 알고보면 삼각관계 하다가 다 망했다는 스토리일 뿐이지만 베토벤, 바그너, 베르디 등등 우리가 아는 작곡가들의 예술작품은 이런 상투적 내용을 가지고서도 기막히게 요리하여 예술의 차원으로 승화시켜 결국엔 사람들의 마음을 열게되는 묘한 능력이 있는거 같다. 


*Schubert, "An die Musik" sung by Christa Ludwig. 
(Youtube Cr: operazaile)



Schubert, "An die Musik" (음악에 부쳐)

Du holde Kunst, in wieviel grauen Stunden, / 그대 아름다운 예술이여,

Wo mich des Lebens wilder Kreis umstrickt, / 힘들었던 나의 많은 시간 동안

Hast du mein Herz zu warmer Lieb' entzunden, / 내 마음을 따뜻한 사랑으로 감싸주며

Hast mich in eine beßre Welt entrückt! / 더 나은 세상으로 인도하였습니다!



Oft hat ein Seufzer, deiner Harf' entflossen, / 때로는 한숨이 그대의 하프에서 흘러나왔으며,

Ein süßer, heiliger Akkord von dir / 달콤하고 성스러운 화음이 그대로부터 흘러나와

Den Himmel beßrer Zeiten mir erschlossen, / 더 나은 세상의 천국을 열어주었습니다.

Du holde Kunst, ich danke dir dafür! / 그대 아름다운 예술이여, 그것에 감사합니다!

Friday, November 11, 2011

Cilea's "Adriana Lecouvreur"-Opera Orchestra New York

지난 6월 카우프만의 홈페이지에서 뉴욕에서 메트 오페라말고 또한번의 콘서트가 11월에 있다는 것을 알고서 작곡가고 작품이고 따지지 않고 바로 예매했던 공연을 화요일날 보고왔다. 상대는 안젤라 게오르규. 메트에서 해고되고서 뉴욕에서 보기 힘들어진 요즘시대 최고의 디바의 라이브 연주를 볼 수 있는 드문 기회였다. 지난달에 이 오페라의 ROH의 공연(이때도 카우프만과 게오르규가 주연)을 영화관에서 보기도 했고, 무엇보다 요즘 학교에서 스승님과 공부 중인 작품이기도 해서 나름 의미가 깊은 공연이었다.

오페라를 무대배경, 의상 등이 완전히 갖추어진 것이 아니라 콘서트 형식으로 연주하는 것이라 3시간에 달하는 공연이 혹시 지루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오페라 극장에서는 무대 보다 낮은 곳에 위치하는 오케스트라 사운드가, 콘서트 형식으로 바뀌면서 무대위로 올라오니 전반적인 소리가 훨씬 명료하고 크게 들렸다.

*뉴욕타임즈에 올리온 이날 공연 사진. 2막 공연이 끝난 후 게오르규는 흰색 드레스로 갈아입고 나왔다. 정말 여신 분위기였음. 
(뉴욕타임즈 Cr: Karsten Moran)

특히 CD나 오페라 버젼에서는 묻어가는 특정 악기의 솔로 선율이 수면위로 떠오른 것처럼 들렸다. 첼로 솔로, 오보에 솔로, 바이올린 솔로등이 그 예이다. 이외에도 솔로 기능이 아니라 할지라도 반주 또는 큰 합주의 일환으로 악기들이 연주할 때도 개별 악기들의 소리가 생생히 살아서 들렸다. 우아하고 감미롭게 다가오는 아르페지오 음형의 하프 선율, 코믹 또는 스윗한 장면에 등장했던 글록켄슈필의 울림, 극적인 긴장감 및 클라이막틱한 효과를 불러오는 여러 타악기 음향등이 시각적으로 바로 보임과 동시에 훨씬 직접적으로 감지되었다. 더불어 다양한 악기가 한 화음을 낼 때는 조화의 밸런스는 유지한 채 각 악기의 음색이 블렌딩 되는 것 또한 훨씬 입체적으로 느껴졌다. 비유를 하자면 마치 비빔밥을 먹는데, 각 재료가 어루러져 섞인 조화의 맛을 즐김과 동시에 각각의 시금치, 콩나물, 무생채, 고사리, 도라지, 김가루, 참기름, 달걀의 풍미가 개별적으로도 느껴지는 그런 것이었다. 오페라를 콘서트 형식으로 연주할 땐 완전히 연출된 오페라에서는 캐치하기 힘든 또다른 장점들(특히 오케스트라 사운드 관련)이 있는 것을 확실히 깨달았다.

비록 무대장치도 없고, 의상도 연미복과 드레스를 입은 콘서트 형식이라 할지라도 성악가들은 다들 역할에 충실하게, 어마어마한 케미스트리를 뿜어내며 드라마적인 긴장감을 잘 이룩해내었다. 언제나 무대에서 맡은 캐릭터에 관한 진실된 해석을 보여주는 카우프만, 무슨 역할을 하든 자신감과 당당함이 넘치는 게오르규, 그외 조연진들(다소 우스꽝스러원던 수도원장, 듬직했던 미쇼네, 차가운 질투심으로 불타던 부와용 공작부인, 부산스러운 코믹함을 담당했던 코메디 프랑세즈 배우들 등) 누구하나 빠지는 사람없이 다들 완벽한 앙상블을 이루어냈다.

이날 공연에 영감받아서 분석한 작품이 바로 "L'anmia ho stanca"(제 영혼은 지쳤습니다)이다. 스승님이랑 같이 분석해보니 대략 15마디정도밖에 안되는 짧은 곡이지만 어마어마한 이야깃거리를 담고 있었음. 극중 마우리치오 백작이, 질투심과 미련으로 불타고 있는 예전 연인인 부와용 공작부인에게 부르는 노래이다. 이미 떠나간 사랑인데 날 더이상 힘들게 하지 말라는...어찌보면 냉정한 내용이지만 선율 자체는 너무나도 처량하고 구슬프게 들린다.

*절절함이 느껴지는 요나스 카우프만의 해석. 
마치 우는것처럼 들린다 (Youtube Cr: operalover9901)

L'anima ho stanca, e la metae lontana / 제 영혼은 지쳤고, 그대는 저 멀리만 있습니다

non aggiungete la rampogna vana / 저에게 부질없는 책망을 하지 마십시오.

All'ansia che m'accora / 많은 괴로움이 제 마음을 이미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Assai vi debbo / 당신께 많은 빚을 졌습니다.

ma se amor vanisce, / 비록 사랑이 사라진다 할지라도

mèmore affetto in cor mi fiorirà / 아름다운 기억들은 내 마음 속에 피어날 것입니다.


Saturday, November 5, 2011

바그너의 "지그프리트"(Siegfried)-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지난 5월 14일날, 바그너 반지 중 두번째 파트인 "발퀴레"를 보고서 너무나도 감동받은 나머지 한동안 잠잘때 빼고는 계속 발퀴레 스토리와 선율만 생각 났었는데 오늘 드디어 그 다음편인 "지그프리트"를 보고왔다. 역시나... 음악적 완성도도 대단했고 무대 연출도 상상 이상으로 멋졌고 모든것이 혼을 쏙 빼놓을 정도로 좋았다.

*뉴욕타임즈의 "지그프리트" 리뷰에 올라온 스틸컷 (Cr: Sara Krulwich/The New York Times). 저 용은 획득한 황금 보물을 지키기 위해 자기 형제를 죽이고 용으로 변한 거인족인 파프너. 지그프리트의 칼을 맞고 저세상으로 간다. 마치 스필버그 감독 영화에 나오는 공룡같았다. 나쁜 역할인데 이 용은..의외로 귀여운 대머리 뱀 이미지ㅋㅋ 뉴욕타임즈에서도 "a huge, puppetlike thing with scaly skin, spiky teeth and glassy eyes: a little too cute."이라고 평하고 있다. 정말 cute한 용이었다.

오페라를 보는 내내 끊임없이 떠오르는 음악적, 드라마적 영감 놓치지 않기위해 휴식 시간동안은 준비해간 노트에 빠짐없이 아이디어를 적었는데, 그러다보니 쉬는시간 20-30분이 훌쩍 지나갔다. 오페라 중간중간 "발퀴레"에 나오는 인물들이 언급될 땐 그 비극적 죽음이 떠올라 마음이 아팠고, 예전에 스토니브룩에서 "반지"주제로 했던 수업도 생각나고, 반지 시리즈 중 특히 "지그프리트"를 좋아하는 미국인 친구 생각도 나고, 요즘 한창 학교에서 오페라 공부에 열정을 불태우고 계신 윌리엄 스승님 생각도 나고, 바그너의 특이한 화성 어법 및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드라마에 대한 감각에 감탄하며 시간 가는줄 모르고 감상했다. 끝나니 5시간 반이 지나있었다. 반지 시리즈의 마지막편인 "신들의 황혼"은 도대체 얼마나 멋있게 펼쳐질까? 너무너무 궁금해서 못견딜 지경이다.

"지그프리트"를 본 후 너무나도 많은 아이디어과 생각이 뒤죽박죽 되어있는 관계로 좀 더 생각을 정리한 후 자세한 리뷰는 다음번에 올리도록 할 생각이다.


Friday, November 4, 2011

The Music of Wotan's Entrance in Wagner's Ring Cycle

We can find particular 'majestic' and 'monumental' sound at Wotan's entrance (the chief god governing Valhalla) in the Ring Cycle:  the Prelude of Act 2 in "Walküre" and the Prelude of Act 3 in "Siegfried." Both preludes feature the stomping rhythm invoking military march and stentorian brass clang that effectively describe the chief god's ruling power and dignity.

Wagner had initially conceived Wotan as a protagonist in the tetrology with an happy ending, but he modified his idea, after experiencing Schopenhauer's pessimistic philosophy of "The World as Will and Representation"(Die Welt als Wille und Vorstellung) in 1856. In the final version of the Cycle, Wotan is given less dramatic emphasis than Siegfried who is the principal character doomed to death. For example, Wotan's final appearance is seen in Act 3 of "Siegfried" and he does not show up at all in the last installment "Götterdämmerung," although audiences must be curious about where Wotan is and what he is doing at the moment of Valhalla's collapse. He simply withdraws from the opera (or run away alone? No, no, it's not proper action for the king of the gods.) without leaving any clue to trace his trajectory.

However, the heroic and splendid music that Wagner wrote for the leader of the gods still vividly conveys Wotan's invincible force and mighty charisma. Indeed, I think the two Preludes are the most powerful and vibrant moments in the Cycle, a soundscape of masculine physicality.

In the linked clip below, Act 2 Prelude of "Walküre" starts first, then Act 3 Prelude of "Siegfried" comes at 2:18. The latter continues to Wotan's invocation of Erda (the primeval goddess of the earth).

*Wiener Philharmoniker under the baton of Goerg Solti; Hans Hotter as Wotan (Wanderer) in Act 3 of "Siegfried (Youtube Cr: mondolariano)

Thursday, November 3, 2011

Wagner's Siegfried-Metropolitan Opera

오늘 이메엘로 온 이번 토요일날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공연할 바그너의 "Siegfried" 트레일러를 봤는데... 예고편 보고서 이렇게 떨린 적 처음이다. 이때까지 수많은 극장 HD 상영 트레일러를 봐왔지만 이렇게 미치도록 기대하게 하는 공연은 처음...언듯 본 무대 이미지 및 주인공들 분장이 상상한 것 이상으로 카리스마와 포스가 넘쳐났다. 얼른 악보랑 예전에 읽었던 지그프리트 관련 논문들 다시 제대로 한번 보고 가야겠다. 

 *메트에서 공식적으로 올린 트레일러. 신들의 왕인 Wotan이 3막에 등장하는 장면이다. 완전 포스와 카리스마가 넘쳐난다. "라인의 황금"(Das Rheingold)의 전주곡 멜로디가 군인들 행진을 상징하는 듯한 리듬을 타고 당당하고 힘차게 흘러간다. 역시 전쟁의 신의 등장에 어울리는 위엄있고 카리스마 있는 음악이다. 

Tuesday, November 1, 2011

Jonas Kaufmann-New York Recital Debut

일요일날 보고온 카우프만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리사이틀에 대한 리뷰가 뉴욕타임즈에 오늘 올라왔다.

http://www.nytimes.com/2011/11/01/arts/music/jonas-kaufmann-in-recital-at-the-metropolitan-opera-review.html?_r=1&scp=1&sq=jonas%20kaufmann&st=cse

이 평에 따르자면 전반적으로 좋았으니 가곡 연주에서 요하는 섬세한 표현력, 다양한 늬앙스와 색채는 부족했다고 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카우프만 독창회에서 느꼈던 나의 생각과도 완전 일치한다. 강하거나 약하게, 크거나 작게와 같은 양 극단이 있다면 그 중간을 채워주는 입체적인 색깔이 다양하게 드러나야는데 하는 법. 특히 가곡은 오페라 속의 아리아와 비교해 무대 장치나 의상, 긴 흐름을 타고 가는 드라마적 스토리가  부재한다. 따라서 독창자 혼자서 텍스트와 음악을 풀어가야 하며 그렇기 때문에 훨씬 더 고난이도의 표현력, 공감가는 해석, 섬세한 호흡조절, 다양한 다이나믹 등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카우프만은 여전히 잘 생겼고, 무대위에서 항상 최선을 다하는 진정성이 절절히 느껴지지만 가곡 연주자로서의 섬세함과 부드러움의 전달력은 다소 좀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 이는 특히 프랑스 멜로디인 Duparc 가곡에 가서 더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가사의 몽롱하고, 부드럽고, 섬세한 프랑스어 사운드가 음악과 함께 섞여 마치 대기를 타고 두둥실 실려가는 느낌이 나야는데, 카우프만 목소리가 원래 무겁고 강하기 때문인지 프랑스어 사운드들이 다들 중력에 의해 땅으로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우프만이 부른 Richard Strauss 가곡들, 그중에서도 특히 "Morgen"(내일)은 너무너무 좋았다. 이날 들었던 노래들 중 최고의 연주력과 음색 컨트롤 능력을 보여주었다고 생각. 뉴욕 타임즈 리뷰에서도 "He floated Strauss’s “Morgen” with exquisite control"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 곡은 지난학기 수업시간에 분석 그래프도 그리고, 곡이 너무너무 좋아서 피아노도 쳐보고, 카우프만 CD에서 주구장창 듣던 곡이라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역시 실망시키지 않았다. 피아노 다이나믹으로 소곤소곤 속삭이듯이, 부드럽게 이어지는 선율을 긴 호흡의 유려한 프레이징으로 소화한 카우프만. 슈트라우스가 왜 이곡을 결혼선물로 작곡했는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해석이었다.

Richard Strauss, "Morgen" (Cr: operalover 9001)

준비한 모든 프로그램이 끝나니 두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마련한 무대인데, 뉴욕 청중들이 카우프만을 그대로 보내줄 리가 없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박수소리에 하나 둘씩 앵콜곡을 받아내기 시작하고, 기어이 다섯 곡이나 듣고서야 오늘의 독창자를 집에 보내주었다. 앵콜 다섯 곡 중에 네곡은 슈트라우스 곡이었다. 그 중 네번째 앵콜이 예전 학부 1학년때 성악과 친구 따라 강병운 선생님 클래스 들어가서 연주했었던 "Zueignung"(헌정) 이었다. 이 곡의 원래 제목인 "Habe Dank"(감사합니다)를 떠올리 듯, 청중들께 헌정한다는 마음을 담아서 연주하는 듯 했던 카우프만.

Richard Strauss, "Zueignung" (Cr: LaMaledizione)

마지막 앵콜곡은 레하르의 "Dein ist mein ganzes Herz"(내 모든 마음은 당신것입니다)이었다. 이날 카우프만을 보러 본 모든 청중들에게 전하는 말처럼 정성을 다해 부르던 모습...정말 잊을 수 없을 듯 하다. Klasse! Jonas Kaufmann ist der beste Sänger der Welt! 만약 뮌헨 있을 때 알았더라면 Bayerische Staatsoper, Herkulessaal, Gasteig 이든 매일매일 가서 들었을 거다. 카우프만의 뉴욕 공연은 빠지지 않고 무조건 가야지.

Franz Lehar, "Dein ist mein ganzes Herz" (Cr: fritz5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