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February 3, 2012

바그너의 "Rienzi"-Opera Orchestra New York

지난 일요일날 링컨센터의 Avery Fisher Hall에서 열린 바그너의 "리엔치"의 콘서트형식(Konzertante) 연주를 보고왔다. 바그너의 초기 오페라인데다 거의 연주가 되지 않는 작품이기에 이렇게 콘서트 형식으로나마 무대에 올리는 기회는 아주 드문 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후기의 "music drama"에서 보이는 음악적 완성도 및 대본의 효율성은 확실히 떨어졌다. 프랑스 Grande opera영향을 받아 지나치게 크고 화려한 음악 및 대규모 스펙터클의 추구는 바그너가 베버 이후 독일의 오페라적 전통의 계승자라기보다 마이어베어나 베를리오즈의 노선에 맞추고자 애쓰고 있었음을 증명하였다. 대본 또한 독일어에서 영어로의 번역 문제 때문인지 몰라도, 공산주의 전당대회에서 쓰일법한 선동구호로 점철되어 있었기에 딱히 감동적이고 가슴깊이 새길만한 라인이 발견되진 않았다. 바이로이트에서 왜 "리엔치"가 아직도 한번도 공연되지 않은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작품적인 약점에 반해, 연주자들 중 특히 주역인 메조 소프라노(Geraldine Chauvet)와 소프라노(Elizabete Matos)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리엔치가 자주 공연 안되는 이유 중 하나는 아마도 메조 역을 제대로 불러낼 성악가가 없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인물들에 비해 압도적인 긴 분량, 강렬한 표현과 음색, 서정성 등 성악가가 갖추어야 할 보든 기교와 힘, 감정적 표현이 막대하게 요구되는 역할이었는데 쇼베는 너무나도 이 역을 완벽히 소화, 관객들에서 집중적인 환호와 박수를 이끌어냈다. 보면서 든 생각이 이렇게 노래 잘하고 실력있는 가수가 왜 여태 메트에 서지 않은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이날 최고의 발견은 바로 쇼베라 할 수 있다.

마토스는 재작년에 메트에서 푸치니의 "서부의 아가씨"에서 봤었는데 그 당시만 해도 그리 기억할만한 인상을 받진 못했다. 허나 이번에 보니 워낙 성량도 크고 힘이 넘치는 지라 바그너 및 베르디나 푸치니의 강력한 여성 역할에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이 워낙 화려하다보니 박스석에서 브라스 앙상블이 연주된다거나, 중간에 어린이 합창단 또는 남성 합창단이 청중석 뒤에서 입장한다거나 하는 시각적으로 주목을 끌만한 이벤트들이 작품 중간 중간에 있었다. 그러나 음악적으로는 바그너가 여전히 프랑스적 전통 아래 있는 시기이자 이탈리아 벨칸토의 흔적까지 간간이 보이는지라 이후 완숙한 바그너만의 독창적 어법에서 보이는 깊이와 진중성은 다소 결여된 것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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