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February 9, 2012

바그너의 "Götterdämmerung" 프리뷰-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지금 하고 있는 바그너의 오페라의 "반지" 시리즈 중 4번째 작품인 "신들의 황혼"(Götterdämmerung) 공연이 이번 토요일, 미국 전역의 영화 극장에서 라이브 생중계로 방영될 예정이다. 여태까지 봐웠던 메트의 새로운 "반지" 시리즈 연출이 너무나도 맘에 들었고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을 주었는지라 이번 마지막 편에 대한 기대가 크다. 예매해서 볼 예정인 메트의 "반지" 공연은 5월 초인데, 그때까지 트레일러 및 극장 상연이라도 열심히 보면서 기다리는 중이다.


*메트 오페라에서 올린 트레일러. 이번 "반지" 시리즈 프로덕션의 대표적 상징 아이콘인 강철판자가 여전히 무대를 채우고 있다.  

이 오페라 중 내가 특히 좋아하는 대목은 운명의 세 여신들(Norns)이 실을 꼬으다가 갑자기 실이 끊어지는 장면이 나오는 프롤로그 부분이다. "신들의 황혼"의 첫 시작이기도 한데, 여기서는 "반지"의 원래 주인공이었던 보탄의 과거, 현재, 미래를 각각 알토, 메조, 소프라노가 노래한다. 이 부분을 좋아하는 이유로는, 1. 일단 바그너의 음악 자체가 너무나도 멋있고 (오프닝에서 관이 연주하는 Eb단화음에서 Cb장화음으로의 진행(bVI 또는 변형이론에서 Leittonwechsel transformation)은 세상의 무너짐이 조만간 일어날 것같은 불길하면서 세기말적인 분위기를 형성한다) 2. 각각 다른 음역의 세 여성 성악가들이 만들어내는 다크 사운드의 하모니를 듣는 묘미도 좋고, 3.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로 뭔가 일이 터질것 같은 분위기가 지배하는 무대 위 긴장감과 스릴, 4. 작곡자이자 대본을 만든 바그너가 설정한 메타포적 의미, 즉 운명의 여신들이 보탄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실이 끊어지는 것을 보여줌으써 향후 그가 지배하는 신의 세계(발할라)가 멸망할 것이라는 것을 극적인 은유로서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모든 요소들이 맞물려 대단원을 향한 서막을 완벽하게 이루어낸다. 

아래는 예전에 이 프롤로그 부분을 다룬 논문을 읽으면서 찾아본 유툽 동영상 중 성악적으로 제일 좋았던 클립이다. 어두우면서 힘있는 음색의 저음 여성 목소리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목소리 타입이기도 하다. 바그너의 오페라 중 찾아보면은 뛰어난 여성 앙상블을 담고 있는 장면이 많다. 운명의 여신 장면은 말할 것도 없고, "라인의 황금" 시작 및 "신들의 황혼" 3막에 나오는 라인 처녀들의 3중창, "발퀴레" 3막의 오프닝에서 8명의 발퀴레가 여전사의 카리스마와 포스를 내뿜으며 등장하는 장면, "신들의 황혼" 1막 3장에서 발트라우테가 반지를 버리라 설득하고 브륀힐데가 완강히 거부하는 듀엣 장면 등은 여성 목소리로 이루어진 앙상블의 묘미를 제대로 보여주는 주옥같은 예들이다.  


*바이로이트 실황(카일베르트 지휘) 녹음 음반. "신들의 황혼" 첫 부분. 예전에 "Schenker and the Norns"라는 논문의 발표 준비를 하면서 유툽에서 검색했던 녹음 중 이 카일베르트 실황이 가장 좋았었다. 어두우면서 카리스마있는 세 목소리가 실어나르는 불길한 징조, 운명과 숙명, 멸망의 예언은 "라인의 황금" 및 "지그프리트" 중 에르다(대지의 여신)가 말했던 것들과 궁극적으로 의미가 상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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