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October 23, 2011

Cliea's Adriana Lecouvreur-Royal Opera House London

아침에 로열 오페라 런던의 "Adriana Lecouvreur"를 보고왔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 이어서 영화관에서 HD screening으로 쏘아주는 오페라 극장들이 하나 둘씩 늘어가고 있다. 나같은 opera buff들에게는 아주 바람직하고 좋은 현상인게, 비행기타고 일일이 날아가지 않아도 큰 화면으로 편하게 우리 동네에서 볼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ㅎㅎ

이 오페라는 19세기말, 20세기초 이탈리아 베리즈모(verismo: 사실주의, 현실주의) 계열로 분류되는 칠레아(Francesco Cilea)의 출세작이다. 칠레아는 푸치니랑 비슷한 분위기지만 화성에 있어서 다소 실험적인 면모가 보이며, 전반적으로 선율이 굉장히 섬세하면서 아름다운 편이다. 이번 로열 오페라 프로덕션에는 현재 왕성한 활동을 하는 테너 중 지존이라 생각하는 요나스 카우프만이 나오는지라 무조건 볼려고 했었다. 게다가 지난주에 학교에서 선생님이랑 같이 공부했던 아리아 "poveri fiori"(가련한 꽃들)가 바로 이 오페라에 실려있는지라 요나스님도 보고 공부하는 곡도 들을겸 겸사겸사 무척 기대를 했었다. 결과는...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공연 보고 난 후 든 생각은 DVD가 나온다면 얼른 사야지 하는 것. 다음에 오페라 수업을 하게 된다면 반드시 학생들한테 보여주고 싶은 작품이다. 노래도 좋고, 연기도 좋고, 화면도 좋고 전반적으로 완성도가 아주 높은 편이다.

18세기의 코메디 프랑세즈를 배경으로 이 극단의 유명배우인 아드리아나와 연인인 작센의 마우리치오 백작, 백작을 연모하는 유부녀인 부와용 공작부인 이렇게 세명이 얽힌 삼각관계가 중심이다. 결국 이글거리던 질투심이 폭발한 공작 부인이 보낸, 독에 담근 제비꽃 향기를 맡고서 아드리아나는 죽음을 맞이하는 내용. 무대가 무대인만큼 18세기 프랑스 극단의 화려한 무대, 휘황찬란한 드레스와 보석들, 무대장식 등 여태까지 봤던 오페라 중 무대가 가장 호화로웠다. 극단이 중심인 만큼, 극작품과 관련된 내용도 많이 나왔다. 예를들어 헤라, 아프로디테, 아테나 세 여신을 두고서 누가 제일 아름다운 지를 결정하는 "파리스의 심판"(Judgement of Paris-파리스가 결국 아프로디테(비너스)를 최고의 미로 결정하는 바람에 나머지 두 여신은 격노하게 되고, 결국은 트로이 전쟁을 불러오게 된다)은 무대 속 발레극으로 보여지며, 부와용 공작부인은 아드리아나에 대한 비꼼의 의미로 "버려진 아리아나"(Ariana abbandonata-몬테베르디의 소실된 오페라)를 언급하기도 하며, 아드리아나는 이에 대한 반격으로 "페드라"의 한 장면(아내가 자신의 불륜을 고백하는 장면)을 무대 위에서 낭송하기도 한다.

*독에 담겼던 제비꽃 향기를 맞고서 절망하는 아드리아나. 저 제비꽃은 원래 아드리아나가 마우리치오에게 준 건데, 마우리치오는 그걸 부와용 공작부인에게 줬다. 공작부인은 제비꽃을 독에 담근 후, 시들어버린 채로 상자에 담아 아드리아나에게 돌려보낸다. 마치 마우리치오가 보낸 것처럼 위장하고서는... 다 죽어버린 꽃을 보고서는 아드리아나는 모든 것이 끝났고 절망만이 남았다며 "가련한 꽃" 이 노래를 부르며, 불 속으로 꽃을 던져버린다. 

비쥬얼적인 면과 더불어 노래와 연기도 다들 최고. 카우프만도 너무너무 멋있게 백작 역할을 잘해주었다. 카우프만이 무대에서 노래하고 연기하는 것 보면은 이 사람은 무대에서 살수 밖에 없게끔 천부적으로 타고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모든게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캐릭터 그 자체로 느껴지고 진정성이 넘쳐난다. 사실 마우리치오 캐릭터로만 봤을 때 약간 맘에 들지 않는 면이 많지만 카우프만이 워낙 멋있고 분위기가 좋기 때문에 감정이입이 안 될 수가 없었다. 아드리아나를 맡은 안젤라 게오르규 또한 워낙 노래도 잘하고 연기도 잘하는지라 중간중간 아리아가 끝날때 마다 많은 박수를 받았다. 현실세계에서 최고의 디바로 일컬어지는 소프라노가 극 중에서도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여배우 역할을 하니 딱맞는 옷을 입은 듯 모든 것이 자연스러웠다. 카우프만과 게오르규는 이 오페라 외에도 평소에 팀을 이루어 같이 공연하는 일이 많은 만큼, 전반적으로 둘 사이의 호흡이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우프만과 최고의 케미스트리를 보여주었던 소프라노는 바그너 "발퀴레"에서 카우프만과 연인으로 나왔던 Eva-Maria Westbroek이다. 둘은 그냥 연인 그자체로 보였다. 마치 "공주의 남자"에 승유와 세령이 같았다)

*마우리치오가 아드리아나에게 사랑의 노래를 불러주는 장면. "Die Liebe macht mich zum Dichter"(사랑은 나로 하여금 시인이 되게 합니다-원래 이탈리아어인데 자막이 독일어다)

11월 8일날 카우프만과 게오르규가 뉴욕에서 이 오페라의 콘서트 버젼 공연을 할 예정이다. 6월달에 공연 소식을 알고서는 바로 예매를 했었다. 너무너무 기대된다. 오늘 봤던 로열 오페라만큼, 아니 그 이상의 케미스트리를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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