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December 16, 2014

뉘른베르크의 명가수-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이번 시즌 메트의 유일한 바그너 오페라인 "뉘른베르크의 명가수"를 보고서 느낀 단상들

1. 고전적인 내용을 다루는만큼 Günther Schneider-Siemssen의 복고풍 무대미술은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2막, 3막에서 각각 커텐이 올라갈때마다 청중들은 박수로 화답. 영상보다 실제로 보니 정말 예쁘고 아름다운 무대였다. 2막 한스 작스의 공방을 비롯해 장인들이 사는 마을을 재현한 공간은 예전에 방문했던 뉘른베르크의 뒤러집이 위치한 광장과 비슷하였고, 3막의 뒷 배경은 뉘른베르크성을 모델로 한 것 같았다. 푸치니의 토스카를 보면 로마를 가보고싶고, 쟈니 스키기를 보면 피렌체가 보고싶은 것처럼, “명가수”를 보니 예전 뉘르베르크 갔던 기억이 새록새록 다시 떠오르면서 다시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2. 노래대회에서 우승하고 에바와 이어지는 발터가 주인공이긴 하지만, 드라마 전체적으로 진정한 주인공은 한스 작스. 벡메서로 인해 촉발되는 혼잡한 상황정리 능력, 탁월한 시적 음악적 재능, 주위사람들 배려할 줄 아는 대인배스런 모습, 에바에겐 아버지와 같은 따뜻한 존재, 발터의 아직 꽃피지 않은 잠재성을 알아보는 혜안 등등… 작스가 이리 멋있는 사람이었던걸 왜 몰랐을까싶을 정도로 정말 멋있었다. 링 사이클에서는 보탄, 파르지팔에서는 구르네만츠, 트리스탄에서는 마르케 왕 등 바그너는 바리톤을 굉장히 멋있게 쓸 줄 아는 작곡가인듯 하다. 바리톤이 전담하던 기존의 악마, 왕, 신과 같은 캐릭터가 아니라 뭔가 제 3자로서 극적은 갈등과 해결을 모두 다 뚫어보고 있는 캐릭터는 항상 바리톤에게 주어지는 느낌?

3. 바그너의 작품 중 남성 앙상블의 진수를 보여주는게 바로 “명가수”이다. 1막에서 장인들이 모여 회의하다 논쟁하는 장면이 특히나 인상적. 발퀴레 3막에서 8명의 발퀴레 여전사들이 이루는 앙상블에 대적할만하다.

4. “명가수는” 음악극(Musikdrama)으로 분류되는 바그너 작품중에 음악적으로 가장 클래식하다. 동형진행(sequence)이 계속해서 나오는데, 반지나 트리스탄, 파르지팔에서와는 비교가 안되게 많이 들린다. 그와중에 증화음도 계속 나오고.… 전반적으로 바그너 작품 치고는 음악재료가 상당히 덜 반음계적인 편.

5. 이날 발터역은 죠안 보타 (Johan Botha), 작스역은 미하엘 폴레 (Michael Volle), 에파는 아넷 다쉬(Annette Dasch)가 맡았다. 전반적으로 성악가들 기량이 상당히 좋았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미하엘 폴레는 르네 파페랑 약간 비슷한 음색인 듯 한데, 지적이면서 사색적인 작스의 캐릭터를 잘 살린것으로 보인다. 2019년 링 사이클에서 보탄 역을 맡을 예정이라는데 무척 기대가 된다. 꼭 봐야지. 이에반해 보타의 경우 성량이나 음색은 전반적으로 바그너 테너에 부합하지만, 개인적으로 독일어 딕션이 좀 맘에 안들었으며, 마지막 하이라이트 장면인 Preislied (Prize Song)부를때 좀 더 감정을 살려서 정성들여 부른다는 느낌이 났으면 더 좋았으리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보타의 연주는, 하나하나 곱씹기 보다는 너무 쉽게 그냥 빨리 가버리는 듯한 인상. 카우프만의 Preislied에서 느꼈던 굉장히 공들인 듯한 느낌, 에파에 대한 지고지순 사랑의 감정과 비교되어 더 그런듯 하다.

작스역을 맡은 미하엘 폴레의 무대 인사

다함께 커튼콜

Friday, April 11, 2014

안드레아 셰니에-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요즘 연구 중인 작품이라 메트에서 하는 안드레아 셰니에(Andrea Chenier)를 보러갔다. 일단 드라마적으로 무척 재밌고 (줄거리는 단순), 사건이 빨리 빨리 진행되고 귀에 쏙 들어오는 노래도 많고 전반적으로 보기에 꽤 편한 작품이다.

유명한 아리아나 듀엣들이 많다보니 성악가 각자의 역량이 아주 중요한 작품인데, 세 주인공 중 두명인 마달레나 및 제라르를 맡은 성악가들이 캐릭터에 적절한 목소리 색깔 및 노래 방식과 그닥 부합되지 않는지라 상당히 불만족 스럽다. 셰니에, 베르시, 마델론은 다들 좋은데 전체적인 완성도에 있어 두 주역 가수들이 상당히 아쉽다.

유명한 "La mamma morta"는 메트에서 들으면서 너무 맘에 안들어서 집에 와서 칼라스 버젼으로 다시 듣는 중. 역시 이 아리아에 있어서는 칼라스를 뛰어남을 소프라노는 전무후무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음색, 표현력에 있어 뭐 하나 흠 잡을데가 없는 해석. 이 아리아는 워낙 칼라스가 끝판왕 방점을 찍은지라 후대 소프라노는 누가 불러도 전설적 연주와 비교만 당하는 불운을 피하지 못할 듯 하다.

제라르의 무시무시한 아리아 "Nemico della patria"의 경우에도 걍 평범한 가창에 그친 메트 연주가 아쉬워 유툽에 돌아다니면 전설적인 명음반들을 섭렵 중.

주인공인 마르셀로 알바레즈가 참 잘해주었는데 담에 좀 더 어울리는 두 명의 다른 주역들과 함께 메트에서 한번 더 해주면 좋겠다. 뉴욕 타임즈 평도 그다지 별로던데...여러가지로 캐스팅이 아쉬운 연주.




Saturday, January 4, 2014

드라마 "정도전"에 나온 시조, 이조년의 "다정가"

정도전 첫회에 나왔던, 공민왕이 이인임을 보고서 읊던 매운당(매화구름) 이조년의 시조 "다정가"

이화(梨花) 월백(月白) 하고 은한(銀漢) 삼경(三更)
일지춘심(一枝春心) 자규(子規) 알랴마는
다정(多情) () 양하야 들어 하노라.

배꽃이 피어있는 달밤, 은하수가 흘러가는 삼경에
한가닥 가지에 피어나는 봄뜻을 소쩍새가 알라마는
정이 많음도 병인양 들어 하노라

읽기에 따라서는 주군을 향한 충성가일 수도, 정인에 대한 연심가일 수도 있겠다. 드라마상으로는 공민왕이 죽은 부인을 애도하는 와중에 나온것이라 후자이겠지만, 실제 저자인 이조년이 충혜왕의 폭정에 직언을 고하다 죽은 이후 배향공신으로 올려졌다는 것으로 보아 자신을 내친 군주에 대한 충정을 그리는 것으로도 해석할 있다.

이조년은 이인임의 조부라 한다. 참고로 이조년 형제들의 이름은 백년, 천년, 억년, 만년, 조년이었으며 모두 장원급제한 수제들이었다고 한다. 성품이 강직하고 시문에 뛰어났다고 하는데 다정가 한편만 전해진다니 아쉽다.

Wednesday, January 1, 2014

니나 슈템메-"살로메" 카네기홀 공연

2012년 5월 25일날 카네기홀에서 열렸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살로메" 연주회. 니나 슈템메가 타이틀롤을 맡았으며 미국의 떠오르는 베이스-바리톤 에릭 오웬스가 세례 요한, 제인 헨셸이 헤로디아스 역을 맡았다. 당시 기억으로 2012년에 봤었던 여느 공연 중 가장 최고일 정도로 아주 퀄러티가 좋았었다. 사실 그날 무대에 섰던 주요 역들이 다들 쟁쟁한 사람들이기도 했었고...


오페라를 콘서트 형식으로 연주하면 무엇보다 오케스트라를 관찰하며 각 악기의 소리를 세밀하게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무대 위로 올라온 오케스트라 때문에 성악가들 소리가 가려질 때도 있지만, 바그너나 슈트라우스를 전문으로 하는 가수들은 원래 성량 자체가 크고 무대 카리스마가 넘쳐나기 때문에 그리 문제가 되진 않는다. 2016년에 슈템메가 메트에서 사이먼 래틀의 지휘로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부를 예정이란다. 그쯤해서 뉴욕이든, 캘리포니아든 어디에 있든 간에 반드시 보러 와야지.

신간-말라볼리아가의 사람들

19세기 말, 20세기 초의 이탈리아 사실주의(verismo) 문학 및 오페라를 공부함에 있어 필수적으로 읽어야 할 작가가 지오반니 베르가이다. 베리즈모 오페라의 대표격인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시골 기사)의 원작자이기도한데, 이번에 베르가의 대표작인 "말라볼리아가의 사람들"이 번역되서 출간되었다는 소식이다. 인간은 사회적인 제약(신분 및 상황) 및 구조적인 모순 때문에 아무리 노력해도 정해진 운명을 벗어날 수 없다는, 다소 우울한 내용이다. 말라볼리가 사람들 뿐만 아니라 사실주의 경향의 작품들이 다들 즐겁게 낭만적으로만은 읽을 수 없는 내용들이긴 하다...

아무튼, 그동안 베리즈모 오페라 관련한 논문에서 줄창 등장하던 베르가의 작품이 한국어로 번역되었다니 한번 읽어보고픈 마음이 생긴다. 책 소개 및 서평 링크.

http://book.daum.net/detail/book.do?bookid=KOR9788954623193#tab_re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