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November 25, 2012

벨리니를 주인공으로 한 연극, "Golden Age" (맨하탄 씨어터 클럽)

방금 뉴욕타임즈에서 발견한 연극에 관한 소식. 오페라 작곡가인 벨리니가 주인공이며 그의 마지막 작품인 "I puritani"(청교도들)이 파리에서 초연되는 것을 소재로 하고있다. 이탈리아 작곡가의 이탈리아 대본 오페라가 왜 굳이 파리에서 상연되는 것에 주목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질 법도 하지만 음악사, 특히 오페라사 책을 읽다보면 파리 무대는 당시 한자리 한다는 오페라 작곡가라면 반드시 거쳐야 할 시험대와도 같은 것임을 알 수 있다.

19세기 전반, 오페라의 중심은 파리였다. 중앙집권식 정치 시스템하에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그와 더불어 통제)를 받는 파리 오페라는 이탈리아나 독일 오페라 하우스에 비해 예산도 훨씬 많았으며, 숙련된 합창단, 프로페셔널한 무대제작진 등 당대 오페라 작곡가들이라면 꼭 일해보고 싶은 꿈의 무대였다. 비록 한 작품 올리는데 행정적으로 복잡한 절차 및 상대적으로 긴 제작 및 리허설 등의 과정이 수반된다 할지라도 그 완성도나 수준높은 무대효과에 있어서는 이웃 나라의 기준을 훨씬 넘어서는 것이었다. 그래서 벨리니 이전에 이미 롯시니가 이탈리아에서의 성공적 커리어를 바탕으로 파리로 이주, 그곳에 정착하여 "모세", "오리 백작", 그리고 최후의 걸작이자 그랑 오페라(grand opera)로 분류되는 "윌리엄 텔"을 작곡한다. 도니제티의 "연대의 딸" 또한 파리의 오페라 코미끄(opera comique)를 위해 쓰여진 작품이다.

벨리니는 대도시 또는 오페라적 전통이 강한 나폴리가 아닌, 상대적으로 시골이라 할 수 있는 시칠리섬 출신에다, 소심하고 질투심도 많고 사소한 것에 집착하는 쪼잔한 성격이었다고 전해진다. 시골 출신이라는 잠재적 열등감 및 화병 나기 쉬운 성격때문인지 명또한 길지 못해 34세라는 나이로 파리 근교에서 사망한다.

연극은 12월4일날 맨하탄 씨어터 클럽에서 시작할 예정이란다. 테렌스 맥낼리(마리아 칼라스를 다룬 "Masterclass"의 극작가이기도 하다)의 각본에 리 페이스(Lee Pace)가 벨리니역을 맡았다. 페이스는 작곡가 캐릭터를 좀 더 심도깊게 이해하기 위해 벨리니의 고향인 시칠리아를 방문했다고 한다. 음악사책에 기록되어 있는 쪼잔하고 소심한 "인간적" 벨리니로 그려질 것인지, 아니면 벨리니의 "마지막" 작품의 첫날밤이라는 역사적 의의에 부합해 보다 "비범한 천재"로 그려질 지 사뭇 궁금하다.



*"Golden Age"의 프리뷰 영상. 연극 보러가기 전 오페라 "청교도들" 먼저 본다면 연극을 더 재밌게 감상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뉴욕타임즈에 실린 "Golden Age"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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