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January 26, 2012

Preliminary Study-베르디의 "맥베스" 트레일러들

"맥베스"는 베르디가 쓴 셰익스피어 오페라 세 편 중 한 편이다 (나머지는 Otello와 Falstaff). 아마도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라는 부제가 더 잘 맞을 것같은, 권력과 탐욕으로 폭주하다 살인을 저지르고, 결국은 비극적 결말을 맞이하는 맥베스 부부에 관한 이야기다. 내용적인 면 때문인지, 베르디는 이 오페라에 대해 "멜로드라마"라고 명명하였다.

3월달에 두 번 보러갈 예정인 이 오페라에 대한 사전 연구의 일환으로 유툽에 떠있는 트레일러들을 찾아보았다. 메트에선 토마스 햄슨이 맥베스를, 나디아 미하엘이 맥베스 부인 역을 할 예정이다. 개인적으로, 맥베스 부인의 브레이크 없는 욕망 및 그와 맞닿아 있는 파멸의 연관고리가 어떻게 드라마적으로 표현될 것인지가 가장 궁금하다. 사실 이 부부의 몰락은 맥베스보다 더한 욕망 덩어리인 부인의 원인이 크다. 어떻게 보면 우유부단한 남편을 쪼아대고 부추겨서 결국은 살인을 저지르게 하는 것도 맥베스 부인. 그런면에선 오페라 내에서 가장 악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맥베스 부인을 마녀로 해석한 논문이 있기도 하다). 그외에도 마녀들의 동굴 장면 및 살인 장면이 어떤 연출로 독창적으로 처리될 것인지, 주역 가수들은 어떠한 음악적 해석을 들려줄지도 무지 기대된다.

1. 먼저 가장 영화적인 영상을 보여주는 코벤트 가든 트레일러. 피가 뚝뚝 흐르는 장면, 피인지 물인지 모르는 액체에 손을 씻는 장면이 거듭 나오며 상당히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풍긴다. 실제 무대 장면은 하나도 안나오지만 끈적끈적임과 동시에 흘러내리는 피의 이미지를 통해 오페라를 관통하는 "감정적 분위기"(살인, 복수, 파멸...)를 가장 잘 전달하고 있는 듯. 맥베스 부인의 주제라 할 수 있는 F단조 선율(서곡에서 이미 나온다)이 배경 음악으로 나온다.



2. 나디아 미하엘이 욕망으로 이글거리는 맥베스 부인으로 열연한 바이에른 주립 오페라 영상. 레이디 맥베스에 초점을 맞춘 편집 영상이다. 미모가 상당하다. 1:50지점부터 코벤트 가든 트레일러에 쓰인 음악과 동일한 음악인 맥베스 부인의 주제가 나온다.


3. 파리 국립 오페라. 비올레타 우르마나가 맥베스 부인 역을 맡았으며 연출이 상당히 현대적이다. 역시 코벤트 가든과 같은 음악 사용.



4. 도이체 오퍼 베를린의 트레일러. 메트에서 "돈 카를로"의 에볼리 공주를 맡았던 안나 스미로바가 맥베스 부인 역을 부른다. 역시 현대적인 연출인데 살인 장면에선 칼 대신 총을 쓰고 있다.


Cf. 페이스북이나 유툽에 올라오는 오페라 트레일러 영상을 비교해보자면, 메트의 경우 항상 너무 짧은 느낌이 강하다. 오페라 내에서 가장 극적이고 클라이막스적인 부분을 보여주지만 "감질나는 맛보기"이상은 절대 보여주지 않는 세침떼기같은 면이 있다. 트레일러로 한껏 호기심을 유발하면서 "보고싶으면 너네가 직접 와서 봐!"이렇게 외치는 것 같다. 가끔가다 낚시성 내용의 트레일러 등도 있다 (예-구노의 "로미오와 줄리엣" 중 베드신).

반면에 코벤트 가든의 트레일러는 편집이 가장 예술적이고 완성도가 높다. 메트의 트레일러들이 "맛보기" 이상을 결코 넘어가지 않는것에 비해, 코벤트 가든의 트레일러들은 그 자체로서 하나의 작품으로 느껴질 때가 많다. 지성미와 우아함, 고귀함이 3분 내외에 트레일러에서 고스란히 풍겨져 나온다 (편집하는 사람 누군지 정말 궁금). 영상미가 뛰어나고 영화적인 면이 두드러진다.

독일 오페라단(도이체오퍼, 바이에른 주립 오페라)은 기교를 부리지 않는다. 트레일러도 미국이나 영국 오페라단에 비해 보통 두배는 길고, 편집 또한 안꾸미고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는 마인드가 강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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