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April 13, 2012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

오늘 페이스북에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 클립이 올라온 것을 우연히 발견했다. 선율이 너무나도 아름다움과 동시에 옛날에 오케스트라랑 같이 연주도 했던지라 나한텐 그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게다가 최근에 스승님께서 쇼팽의 선율 작법과 19세기 벨칸토 오페라의 성악 선율구조 간 긴밀한 연관 관계에 대해 수업 시간에 자료도 나눠주시고 실제 예들을 보여주셨던지라 언젠가 시간되면 다시 쇼팽 악보를 들여다봐야지 하고 있었다. 음악사 책에 쇼팽이 벨리니의 오페라를 상당히 좋아했다고 하는데, 이런 면이 실제로 구체적으로 쇼팽의 음악에 어떻게 나타났는지를 악보와 문헌자료로 본적은 그때 수업 시간이 처음이었다.

역시나...다시 들어보니 쇼팽의 선율들은 정말 성악적이다. 긴 오케스트라 서주이후 나오는 주 선율은 피아노 대신 음성이 연주해도 될 듯 하다. 선율을 꾸미는 세세한 장식음 또한 벨칸토 아리아의 관습에서 따온 것. 스승님께서 예전에 "쇼팽과 벨칸토 오페라"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하셨던 적이 있는데 얼른 원고 보여 달라고 이메일 드려야겠다.

*쇼팽 피아노 협주곡 1악장 재현부. 제1주제와 제2주제가 상당히 성악적으로 들린다. 

원래 5월달에 마우리치오 폴리니가 쇼팽의 1번을 카네기홀에서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랑 협연할 예정이었으나 건강상 문제로 취소되고 다른 연주자가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할 예정이다. 폴리니의 1번 연주를 내 인생에 라이브로 듣는 날이 왔다고 정말 좋아하고 있었으나...아쉽게 되버렸다.

Wednesday, April 11, 2012

오베르의 "포르티시의 벙어리 아가씨"(La Muette de Portici)와 바그너의 "신들의 황혼"(Götterdämmerung)

어제 스승님께서 뉴욕 타임즈에 올라온 아티클이라며 전체 메일로 기사를 보내주셨다. 기사는 프랑스 그랑 오페라의 대표적 작곡가인 오베르(Daniel-François-Esprit Auber)의 작품인 "포르티시의 벙어리 아가씨"가 라 스칼라에서 공연된 것에 대한 리뷰인데, 오베르가 바그너에 끼친 영향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었다. 이 오페라는 사랑도 잃고 가족까지 죽어버린 여자 주인공이 절망에 빠진 나머지 자살하는 것으로 끝나는데 이 엔딩이 바그너의 작품과 연관이 된다. 그 자살 행위는 한편으로는 성벽 위에서 뛰어내리는 토스카의 엔딩과 일단 비슷하긴 한데, 구체적으로는 용암이 분출 중인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든다는 점에서 바그너의 "신들의 황혼"의 마지막에 브륀힐데가 불타는 라인강 속으로 반지를 품고서 뛰어드는 것과 상당히 흡사하단다.

아래는 그 단락 원문과 번역.

"The ending of 'La Muette' is the kind of grand-opera extravaganza Wagner must have had in mind when conceiving the close of “Götterdämmerung,” though confusion exists among commentators about what actually happens. Fenella, still smarting over her abandonment by Alphonse and now grief-stricken after Masaniello’s death, hurls herself to a Tosca-like death. Some say she jumps into the crater of Vesuvius as it erupts, but the better — and certainly more plausible — reading of the stage directions is that she jumps into the lava of the erupting volcano."

“'벙어리 아가씨'의 엔딩은 그랑 오페라의 휘황찬란함의 전형인데, 이는 바그너가 “신들의 황혼”의 결말을 만들 때 염두해뒀을 것이라 생각된다. “벙어리 아가씨”의 마지막에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에 대해서는 논평가들마디 의견이 다르긴 하지만 말이다. 알퐁스에게 버림받은 것에 상처받은 페넬라는 이제는 마사니엘로의(페넬라의 오빠) 죽음 이후 슬픔에 빠져 허우적 거리면서 토스카의 비슷하게 자신을 [죽음의 나락으로] 던져버린다. 어떤이들은 그녀가 베수비우스 화산이 폭발할 때 그 분화구 속으로 뛰어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무대 지시를 좀 더 그럴듯하게 해석한 것은 그녀가 분출하는 화산의 용암속으로 뛰어들었다고 하는 것이다."

오베르의 이 오페라는 공연이 잘 안되는 듯 하지만, 바그너 작품에 나타나는 그랑 오페라의 영향을 연구함에 있어 반드시 눈여겨 봐야하는 작품이라 음악사적으로 상당히 중요하다 할 수 있다. 혹시나 음반이나 영상이 있는지 찾아보니 내가 좋아하는 알프레드 크라우스와 준 앤더슨이 주연으로 노래한 음반이 하나 보인다. 

*유툽에서 찾은 "벙어리 아가씨"의 피날레. 비록 영상은 없지만 긴박하고 드라마틱한 분위기가 잘 전달되는 듯. 실황 공연을 정말 보고싶어진다. 



Friday, April 6, 2012

Tristan und Isolde-메트로폴리탄 오페라 2016

최근 우연의 일치로서, 수업관련 활동(논문 읽기 또는 페이퍼 쓰기)하다가 잠시 기분 전환겸 인터넷 들어가서 페이스북이나 뉴욕타임즈를 보면 항상 작업 중이던 토픽과 관련된 것들이 한눈에 잡힐때가 많다.

내일 수업 준비를 위해 트리스탄 코드를 분석한 논문들을 읽는 중이었다. 스승님을 포함한 세명의 대가들이 트리스탄 코드에 대해 화성학적으로 과연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를 주고받은 것이다(Tristan chord: viio7, French 6, suspension to V7 etc.). 그러다 잠시 기분전환 겸 뉴욕타임즈의 음악 섹션에 올리온 Peter Gelb(메트 오페라 총책임자)의 인터뷰를 읽었다. 그런데 너무너무 중요한 정보 발견!!! 인터뷰 본문 중에

"...new production of Wagner’s “Tristan und Isolde,” scheduled for the fall of 2016, directed by Willy Decker, starring the soprano Nina Stemme and the tenor Gary Lehman, and conducted by Simon Rattle, who had a triumphant Met debut in Debussy’s “Pelléas et Mélisande” last season."

2016년에 메트에서 새로운 프로덕션으로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올릴 예정인데, 사이먼 래틀이 지휘로 니나 슈템메가 이졸데, 게리 레만이 트리스탄을 부를 예정이란다. 래틀도 대단한 지휘자지만 마이 러브 바그너리안 소프라노 슈템메가 이졸데를 부를 예정이라니 너무 기대가 된다. 나에겐 최고의 이졸데가 바로 슈템메이다. 그때까지 어찌 기다리지..수십번도 더 본 클립이 바로 슈템메가 부르는 "Mild und leise"이다. 오페라의 제일 마지막에서 여주인공이 죽어버린 트리스탄의 환영을 보며 연정의 환희에 사로잡혀 거의 미친 상태로 부르는 대단원의 모놀로그이다.



메트의 야침찬 이 새로운 프로덕션의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과연 라이브로 볼 수 있을까? 2016년 쯤이면 공부도 거의 끝났을 시점이라 어디 취직해있으면서 학교에 마지막으로 논문 defense하러 오지 않을까 싶다. 이제 슬슬 논문주제 정할 시점이 다가오고있다. 스승님도 독일 오페라와 이탈리아 오페라 둘 중 하나를 정해야 한다고 그러시고...그전엔 논문 관련해서 시험 주제도 정해야 하는데 역시 독일이냐 이탈리아냐 이게 관건이다. 여러모로 결단을 내려할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아직까진 바그너를 중심으로 한 독일 오페라가 더 끌리지만 요즘 메트에서 봤던 베르디, 푸치니 작품들로 인해 이탈리아쪽도 호감도가 급상승 중이라 둘 중 하나를 택하기가 쉽지가 않다. 아무튼 뭘 선택하든 간에 나의 논문은 오페라에 관한 것이 될 것이다.

논문 마치고 운 좋게도 계속 뉴욕에 붙어있게 될지 아님 어느 다른 지역으로 자리잡아 가게 될지 모를 일이다. 허나 뉴욕을 떠나게 되면 가장 아쉬운 일이 메트 오페라를 실황으로 못보게된다는 것인데, 이는 생각만 해도 우울해진다. 나의 뉴욕생활에 있어 학교와 더불어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곳이 바로 그곳이기 때문이다.

트리스탄 코드 관련 동영상으로 예전에 봤었던 BBC의 바그너 다큐멘터리가 생각났다. 영국의 유명한 코메디언인 스테판 프라이(유태인이다)가 진행자로 나선 프로그램이다. 아래 클립은 그 중 트리스탄 코드에 대한 설명부분이다. 간절한 그리움과 연정을 담은 동경을 표현하는 트리스탄 코드를 바이로이트의 바그너의 생가인 Villa Wahnfried의 피아노로 직접 쳐주면서 얘기하는 걸 보니 감회가 남다르다. 2006년도 봄, 햇살 좋을 때 바이로이트 찾아갔던 생각도 나고...

피아노는 스타인웨이인데 1876년 바이로이트 축제 개막을 축하하기 위해 스타인웨이 회사에서 선물한 것이다. 물론 바그너가 저 피아노로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작곡한 것은 아니다. 오페라는 그보다 훨씬 이전인 1857-59년에 작곡되었고, 1865년 현재의 바이에른 주립 오페라 극장(이 곳 역시 늘상 드나들던 곳이라 생각만 해도 그립다)에서 초연되었기 때문이다. 바그너의 피아노는 뉴욕산으로 찍혀있는 것 같은데 지금 사는 동네가 예전에 스타인웨이 피아노 미국 지점이 있던 곳이라 도로 이름도 "스타인웨이"이다. 혹시 거의 150년전에 우리 동네에서 만들어서 대서양을 건너 바이로이트까지 배로 실어간 것일까? 궁금하다...



*바그너는 악보의 첫 부분에 "langsam und schmachtend"라고 표기하였다. 이는 "slow and languid"라고 영어판에 병기되어있는데, 독일어 네이티브이신 샤흐터 선생님께서 "languid"란 단어는 잘못된 것이라고 하셨다. 즉, "schmachtend"는 단순히 나른하고 힘없는 것이 아니라, 연정에 사무친 그리움땜에 바짝바짝 말라가고 죽어가는 의미라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