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December 17, 2011

음반 "Poesi"-디아나 담라우(Diana Damrau)

지난 학기에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베르디의 "리골레토"를 봤었는데 담라우가 극중 여자 주인공인 "질다"역할을 했었다. 이 역할은 곱고 청아하면서 서정적인 음색의 소프라노들이 잘 부르는데 담라우는 정말 꾀꼬리같은 가창을 들려주었었다. 사실 뮌헨에 있을 때 오페라 축제를 비롯해 담라우 공연이 몇번 있었긴 했는데 가진 않았었다. 지금와선 정말 후회되지만 다행이 메트에도 자주 서는 편이라 담라우 공연이 있으면 되도록 가려고 하는 중이다. 내년 봄에 로시니의 "세빌리아의 이발사"에 주역으로 나올 예정이다.

리골레토 때의 감동을 되새기면서, 얼마전에 주문한 디아나 담라우의 CD가 도착해서 찬찬히 듣고 있는 중이다. 원래 오페라 아리아들만 담고있는 음반만 살려고 했으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가곡 음반도 보이길래 그것도 같이 주문했는데, 이 가곡 음반의 완성도가 생각보다 굉장히 높은 편이다(물론 오페라 아리아 음반도 참 좋음).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이 가곡 음반을 계속 듣다보면은 슈트라우스 가곡이 너무너무 공부하고 싶어진다.

Poesie - R. Strauss Lieder
*음반의 표지. 크리스티안 틸레만 지휘의 뮌헨필이 반주하였다. 예전 뮌헨 시절의 기억들을 불러오는 이름들. 특히 17번째 수록곡인 "장미꽃 띠"의 경우엔 지난학기 수업시간에 어떤애가 기말 과제로 발표했었는데 그때 듣고서 너무 좋은 나머지 집에와서 Youtube를 뒤져 수십번 들었던 기억이 난다.

음반에 수록된 곡은 다음과 같다.

 1. Ich wollt ein Sträußlein binden            
 2. Waldseligkeit                              
 3. Das Bächlein                
 4. Winterweihe                               
 5. Morgen                         
 6. Allerseelen                  
 7. Cäcilie             
 8. Amor                              
 9. Säusle, liebe Myrthe
10. Freundliche Vision   
11. Städchen     
12. Traum durch die Dämmerung             
13. Wiegenlied 
14. Meinem Kinde          
15. Muttertändelei         
16. Zueignung                   
17. Das Rosenband Op.36 No.1                 
18. Heimkehr Op.15 No.5            
19. Als mir Dein Lied erklang Op.68 No.4               
20. Des Dichters Abendgang Op.47 No.2               
21. An die Nacht Op.68 No.1      
22. Lied der Frau Op.68 No.6       

*들어도 들어도 계속 좋은 "Der Rosenband"(장미꽃 띠). 담라우의 목소리, 콜로라투라 기교, 해석 전부 다 완벽하다. 동시에, 전통적 방식의 전조 모델을 따르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성의 매력을 내뿜는 슈트라우스의 음악적 어법 또한 참으로 탁월한 거장의 경지를 보여준다.
(Youtube Cr: ivanleop)


카우프만도 가곡 음반으로는 유일하게 슈트라우스를 녹음하였는데, 본인 추측에, 슈트라우스의 가곡들이 음악적으로나 시적으로나 상당히 뛰어난 편이라는 점 외에도, 바이에른 출신인 두 사람이 주도인 뮌헨에 근거지를 두고 활동한 슈트라우스에게 더 친근감을 이유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Sunday, December 11, 2011

구노의 "파우스트"(메트로폴리탄 오페라)-르네 파페를 위한 오페라

Ode to Rene Pape

어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쏘아주는 구노의 "파우스트"를 극장에서 보고왔다. 실제 공연은 이번 화요일날 볼 예정이다. HD로 해주는 것을 보러 간 이유는 주역인 요나스 카우프만(Jonas Kaufmann), 마리나 포플라프스카야(Marina Poplavskaya), 르네 파페(Rene Pape) 이 세사람을 보기 위한 이유가 크다. 카우프만이야 연기와 노래가 워낙 완벽하다보니 두말할 이유가 없고, 마리나의 경우 인터뷰때 동문서답을 한다는 것 빼고는 목소리가 참으로 우아하고 기품있기에 좋아하는 것이다.

르네 파페 또한 독일 베이스로서 예전에 베를린에서 "파르지팔" 공연을 본 적이 있다. 헌데 파페에 대해 워낙 대단하단 소리를 두 사람으로부터 들었기에 이번 공연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한명은 미국인 친구인데, 어느날 파페의 메트 공연을 봤는데 공연 후 10분간 "standing ovation"(기립박수)이 쏟아졌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렇게 장시간 기립박수를 받은 사람은 자기가 여태 메트 공연 보러간 이래 처음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또다른 사람은 학교의 윌리엄 스승님이신데 이번 금요일날 파페 때문에 파우스트 보러가신다고 하였다. 이유는 예전에 파페의 "구르네만츠"(바그너의 "파르지팔" 속 narrator에 해당하는 역할)를 보고서 이 역할이 처음으로 너무나도 재밌고 감동적으로 느껴졌는데, 그전까지는 다소 지루한 역할이었다고 그러셨다.

도대체 어땠길래 이 두사람이 저렇게 칭찬을 하는건지? 베를린에서 파페의 파르지팔 공연을 봤었지만 그렇게 기억에 남지는 않았다. 그때는 사전 지식도 부족했고 오페라를 보는 눈이 아직까진 덜 발달되서 그랬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번에 아무래도 극장에서 보여주는 큰 스크린상에서 가수들이 연기하고 노래하는 것을 생생하게 관찰하다 보면은 좀 더 다른 면이 감지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가졌다.

역시...뚜껑을 열고보니 위의 두 사람이 왜 그리 말했는지를 완전히 100%이해할 수 있었다. 구노 오페라의 타이틀은 "파우스트"이지만 이날 공연에 대한 소감은 파페의 "메피스토펠레스"(파우스트와 거래를 하고서, 파우스트의 영혼을 사게되는 악마 역할)라고 하는 것이 적절할 정도로 파페의 뛰어난 연기, 무대 장악력, 배우적 카리스마, 탁월한 가창이 돋보인 무대였다. 평소 카우프만이 나오는 오페라(카르멘, 토스카, 발퀴레 등등)에선 워낙 카우프만이 신들린 역기력과 노래로 무대를 압도하기에 상대역 성악가들이 오히려 묻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엔 오히려 반대로 파페의 아우라가 카우프만을 덮고도 남음이 있었다. 물론 카우프만도 항상 그렇듯이 뛰어난 연기력과 노래를 몰입된 상태로 보여주었다.

파페의 역할이 아무래도 거래에서 이기고서 영혼을 파괴시키는 악마(드라마적 승자) 역할이기에 포스나 카리스마 면에서 우위에 서는건 이미 정해진 것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정해진 캐릭터를 마치 무대위에서 살아 숨쉬고, 완전 빙의 되었다 할 정도로 매력 넘치게 창조해내는 것은 오로지 가수의 몫이다. 때로는 코믹하게(사랑의 메신저), 때로는 위협적으로(어둠의 세계를 지배하는 다크 포스), 때로는 불쌍하게(십자가나 기도 장면이 나오면 약해지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가 가진 면을 다양하고 입체적으로 표현하였다. 군무 장면에서는 지팡이 봉을 휘두르며 춤도 추면서^^

한다미로, 오페라는 파우스트가 아닌 파페의 "메피스토펠레스"였다. 집에 와서 바로 한 일은 얼른 아마존을 검색해서 파페의 음반을 주문하는 것. 올해 나온 바그너 음반인데, "발퀴레," "파르지팔," "명가수" 등등 내가 좋아하는 곡들은 다 들어있다.

 Wagner: Arias from Die Walkure

그리고 이건 2008년에 나온 음반으로서, 오페라 내 신, 왕, 악마와 같이 주로 바리톤이나 베이스 가수들이 주로 맡는 역할만 엄선해서 구성한 음반이다. 첫 두곡이 구노의 "파우스트"에 나오는 곡들이다.

Gods, Kings & Demons (Opera Arias)


르레 파페. 정말 대단하다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다. 대단하고 또 대단한 베이스, 르네 파페. 화요일날 라이브 공연이 무척이나 기대가 된다.